글또 8기 회고겸 상반기 회고로 기록
이번 상반기는 정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 인생에 한번 쯤 겪을 법한 일들을 한꺼번에 겪으면서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글또 8기 마지막 글답게 간략히 기록을 정리하고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정리해본다.
상반기 글또 제출 내역
- 아버지는 왜 ChatGPT를 까먹으셨을까?
- 당신의 Kotlin은 정말로 Kotlin스러운가요?
- 나는 어떻게 ‘아들 둘 아빠 개발자’가 되었는가?
- 개발은 재밌지만 회사 코딩이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
- PR 리뷰하면서 코드 분석하는 요령
-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온 생존기
사실 초반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토이프로젝트도 해보고 있었고 온라인 발표도 한번 했었다. 글또 회원들과 만나는 자리를 모집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왜 ChatGPT를 까먹으셨을까? 포스팅은 글또 큐레이션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힘든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나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글또 글 작성은 이번 회고까지 포함하여 6개 밖에 되지 않는다. 패스도 두번 다 쓰고 미제출도 네번이나 있었다. 한빛미디어 서평단 활동도 한번밖에 하지 못했다. Github은 사막이 되었고 올해 목표로 하던 것 중 아무것도 진핸되고 있지 않다. 힘들었던 3월말부터 글 제출이나 여러가지 활동이 뚝 끊어져버렸다.
전체적으로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기술적인 글 보다는 가볍게 쓰기 좋은 글만 작성했던 것 같다. 세이브원고도 없었고 너무 안일하게 준비한 상태에서 상태가 메롱해지면서 글 쓰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못하게 되었다. 글또 다음 기수 참여를 아직 고민하고 있지만 만약 참여하게 된다면 이번엔 세이브원고를 많이 쌓아두고 시작해야할 것이다.
워라밸의 새로운 관점
(라이프가 없으면) 워크는 아무 것도 아니야
워라밸에서 매번 워크가 라이프에 미치는 영향만을 생각했는데 정작 라이프가 무너지면 워크는 모래성마냥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꺠달았다. 라이프와 건강, 특히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옛말에 건강이 최고
라는 말을 되새기는 기간이었다. 안그래도 업무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4월부터 점점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라이프가 없으면 워크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증상
3월말쯤부터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겪고 있었다.
밥을 먹지 못해 살이 빠지고 잠을 자지 못해 하루종일 비몽사몽 했으며 그래서인지 집중력과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일상적인 일들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기 시작했다. 내 멘탈 어딘가가 고장나서 계속해서 버그가 발생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수행해야할 아주 간단한 수준의 task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웠고 건망증이 심해져서 자꾸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했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무언가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잘 되지 않았다.
마침내 업무에도 여러가지 지장이 생기기 시작할때 쯤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극복해보기 위해 몇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그럼 어떻게 극복했는가?
내가 시도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사무실 출근
- 심리 상담
- 사람 만나기
- 루틴 만들기
- 모든 것을 기록하기
우리 회사는 다행히 아직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동시에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재택을 유지하고 있다. 나도 되도록이면 재택을 했다. 그러나 집에 있을때의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딴짓을 하더라도 일을 했다면 어느순간부터는 아예 일을 할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무실 출근을 하면서 문제로부터 심리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출근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잡고, 직장 동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회복하게 되어 지금은 주4회정도 출근하고 있다.
우연히 회사에서 복지로 심리상담을 지원해준다는 것을 알게되어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상담 자체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스스로 극복하려 한다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제법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필요에 따라서는 정신과 상담까지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심리 상담수준에서 어느정도 회복이 되어 거기까진 가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일부러 약속을 잡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어떤 분들에게는 좀 징징거리기도 하고 그냥 예전의 일상처럼 지내보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자극을 받기도 했다. 자꾸 스스로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을 만났는데 덕분에 너무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출근하고 하던 당연히 하던 일들을 놓치고 있었기 때문에 루틴을 만들어 그대로 수행했다. 아주 당연한 슬랙 스레드 확인, 메일 확인 등 당연한 것들을 루틴으로 만들어 챙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실수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놓치는 것들이 생겼고 그럴때마다 피드백을 반영하여 루틴에 내용을 추가해나가기 시작했다. 한달이 지나서야 루틴이 어느정도 정착되고 실수가 많이 줄기 시작했다. 루틴은 옵시디언으로 매일 작성하는 나만의 daily log에 템플릿으로 추가했다. 매일 출근하면 루틴부터 체크해 나가면서 업무를 챙겼다. 그제서야 당연한 일들이 조금씩 당연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건망증처럼 모든것을 깜빡깜빡 하자, 더 이상 내 기억력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옵시디언으로 나만의 wiki를 만들고 회의나 슬랙으로 논의한 스레드, 그리고 나의 생각과 계획 등을 전부 기록했다. 덕분에 기억력에 의존하여 실수하는 것이 줄어들었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되었다. 아버지께서 대학생 때 해주셨던 조언이 문득 생각났다.
‘적자생존 :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지금은 내가 적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만의 데이터베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만들어가는 재미도 쏠쏠하고 기억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니 업무에서도 조금씩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지금은 극복이 다 되었는가?
아직도 허우적 거리고 있는 느낌이긴 하다. 여러가지 노력끝에 이제서야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한 느낌이지만, 여전히 힘들때가 있다. 다만 이런 루틴과 개인 데이터베이스가 앞으로 점점 더 갈수록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꾸준히 유지 및 개선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목표라면 이번 처럼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좀 더 빨리 극복해낼 수 있도록 루틴같은 ‘팁’ 수준을 넘어 좀 더 고수준에서의 데미지 컨트롤 ‘전략’을 미리 세워두려고 한다.
힘들었던 2023년 상반기지만 하반기에는 좀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