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너 혹시 ChatGPT라고 들어봤니? 이거 엄청나던데?
이걸 듣고 내가 놀란 점은 아버지께서 ChatGPT를 알고 계셔서 놀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르고 계셨던 점에 놀랐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일주일쯤 전에 아버지께 ChatGPT에 대해 소개를 해드렸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배경설명을 하자면 아버지께서는 전산을 전공하셨고 업계에 오랜기간 종사하셨으며 은퇴 이후에 데이터분석을 공부하여 현재는 겸임교수로써 대학원에서 데이터분석을 강의하시고 계신다. 즉 데이터분석과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 of 전문가라는 뜻이다. 따라서 당신께서 내가 소개해드린 ChatGPT를 기억 못하신다면, 그것은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내 설명이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떤 기술이 세상에 혁신을 일으킬지 예측하는 것은 사실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이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은 이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인 것인지 설득하는 것이다. IT업계 종사자라면 새로운 혁신기술이나 새로운 기술스택, 프레임워크 등에 대해 소개하는 일이 가끔씩 있다. 주변사람에게 새로운 기술이 대단한지 아는 체 할 수도 있고, 팀원들에게 새로운 기술스택 적용을 설득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혁신적인 기술이 혁신적인 이유를 설득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고민하며 잘 설득하는 요령을 다룬다.
인터넷은 왜 혁신적일까?
인터넷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위대한 발명중 하나이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 사실을 설득하는 것도 쉬운 일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만약 당신이 19세기 초반으로 시간여행을 가서 그 시대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소개하며 왜 혁신적인지를 설득한다고 가정해보자.
- 필요한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다.
- 지구 반대편 사람과 실시간으로 얼굴보고 대화할 수 있다.
- 정보를 사고 팔 수 있다.
이 설명을 들은 19세기 사람이라면 납득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일부 사람들은 아래와 같이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정보를 얻는 수단인 백과사전, 전화, 우편은 이미 다 있는 것인데?
- 정보를 얻는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정보를 왜 사고 파는가?
- 지구 반대편사람과 대화할 일이 없다. 이미 전화가 있으니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이 연락할 수 있다.
- 현실성이 없는 것 같다.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이 인터넷 혁신이 왜 막상 설득하는 것이 어려울까?
왜 설명하기 어려울까?
왜냐하면 인터넷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혁신이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는 돈이 된다라는 사실은 지금이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이것은 컴퓨터, 전세계에 연결된 네트워크망, 그리고 무선통신을 포함한 모든 인프라가 잘 구축된 정보화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인프라가 인터넷이란 기술이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인프라 없이 인터넷이라는 기술만 존재해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인프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와 그간의 축적된 데이터가 없으면 여전히 인터넷으로 인한 혁신은 성립되지 않는다. 즉 정보화 사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없이 단순히 인터넷이란 기술만 가지고서는 이 기술이 왜 혁신적인지 설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이 혁신적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인프라와 사용자들과 인터넷 비즈니스 그리고 데이터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이 얼마나 혁신적인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복합적 결과인 정보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있게끔 해야한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인 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의 장점과 가능성 뿐만 아니라 바탕이 되는 기반과 활용법,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에 미치는 여파를 설명해야 한다.
Divide & Conquer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혁신적인 지를 설득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애초에 그 기술의 여파를 예측하는 것부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을 받침해줄 인프라가 어떻게 구성될 것인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얼마나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창출될 것인지와 같은 복합적인 결과는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2000년대즈음 부터 핸드폰에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학생 체벌이 사라진 것 처럼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인과관계를 갖는 변화도 있다. 또한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하며 그 기술이 누적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런 종합적인 결과는 누구라도 예측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복합적인 결과는 예측이 어렵겠지만 그래도 당장 예측 가능한 수준의 예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작고 단순한 예시들이 오히려 더 직관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어떤 장점을 갖는지 직접 상상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예측이 가능한 작은 예시들을 나열하여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상상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가령 예를 들어 인터넷의 경우는 이메일이나 네비게이션 앱처럼 어떤 것들이 가능해지는 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ChatGPT라면 언론 기사나 영화 시나리오 등을 직접 작성하는 여러가지 재밌는 사례들을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전자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와 같이 사소한 이야기는 인터넷이 얼마나 혁신적인지를 소개하기엔 너무 빈약한 예시가 되고 만다. 그러나 예시들을 모아서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PDA와 달리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된 이유는 기존에 아예 없던 기능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설치할 수 있는 앱이 매일 새롭게 나오면서 무한한 확장성을 갖기 때문이다. 전화앱, 메일앱, 메신저앱, 지도앱, 브라우저앱, 게임앱 등등 이 각각의 앱들이 혁신적인 것은 아니며 대부분 이미 존재하던 기능들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앱을 휴대 가능한 단말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점과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앱이 출시된다는 점 때문에 스마트폰은 새 시대를 열 수 있었다.
즉 개별적인 사소한 예시를 나열하되, 그 예시들이 모였을 때의 시너지와 가능성, 그리고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충격적인 예시는 앞으로, 한계점은 뒤로
ChatGPT 역시 한계는 있다. 대답에 오류도 종종 있으며 한국어로 물어볼 경우 성능과 정확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2022년도 수능시험 외국어 영역을 풀어보았더니 3등급이 나왔다는 결과도 있다. 사실 3등급만 되어도 상위 11~23%에 해당하므로 전체 수험생의 3/4보다 똑똑하다는 의미가 되긴 하지만 알파고가 이세돌 선수를 이겼을 때만큼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만약 ChatGPT를 소개한다면 수능을 3등급을 받은 예시 대신 로스쿨 시험에 통과했다는 더 파괴적인 예시를 드는 편이 훨씬 더 설득에 유리할 것이다. 알파고도 이세돌 선수와의 4번째 대국에서 한번 패배했지만, 나머지 4번의 대국을 완승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충격적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그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인 지에 설득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되도록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 한계점은 되도록 언급을 피하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기술이 내포하는 가능성과 장점이 한계점을 훨씬 상회한다 하더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계점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만약 상대방이 방어적인 태도라면 기껏 장황하게 설명한 장점과 가능성 대신 단 하나의 단점에 초점을 맞춰 평가절하 할 수 있다. 물론 단점이나 한계를 설명하지 않고 소개한다면 모든 것이 대단해보일 것이다. 기술의 평론하는 입장이라면 한계를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평론이 아닌 설득이 목적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게다가 결국 지금의 한계점은 언젠간 극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금의 한계는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 선수에게 1패 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바둑기사도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파고의 1패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듯이 말이다.
즉 충격적인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은 굳이 얘기하지 않거나 너무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는 편이 좋다.
결론
새로운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인지를 예측하고 설득하는 일은 어렵다. 그래도 개별적이고 예측가능한 예시들을 제시하고 그 예시들이 모였을 때의 시너지와 가능성, 그리고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를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또한 되도록 충격적인 예시를 제시하고 단점은 얘기하지 않거나 너무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ChatGPT를 왜 혁신적인지 다시 한번 설득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이 소개하지 않을까 싶다.
ChatGPT는 마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사람의 말과 문맥을 이해하며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한다. 단순히 질문에 대답하는 수준을 넘어 로스쿨 시험을 통과하거나 뉴스기사, 프로그래밍 코드, 연설문, 논문과 같은 전문지식이 필요한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영화 시나리오나 시처럼 창의력이 필요한 일도 해낼 수 있다.
앞으로 사람들은 전문 지식을 얻기위해 노력하거나 창의적인 생산활동을 직접 하지 않고 그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누구나 인공지능을 일상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며 모든 비즈니스가 인공지능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해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더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ChatGPT가 증명했다.
에필로그
궁금해서 ChatGPT에게 왜 스스로가 혁신적인지를 설명해달라고 물어보았다. 아래는 그 답변이다.
ChatGPT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원활하게 사람과 같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이는 프로그램이 대화 방식으로 자연어 입력을 이해하고 응답할 수 있도록 하는 고급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가능합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성과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예를 들어 chatGPT를 사용하여 고객 지원을 제공하거나 자주 묻는 질문에 답하거나 작업 관리 및 약속 일정 관리를 돕는 개인 비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이점은 chatGPT를 사용자 정의하고 미세 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또는 조직의 특정 요구 사항에 맞게 조정되어 사용자에게 보다 정확하고 관련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종종 복잡한 메뉴와 인터페이스를 탐색해야 하는 기존 컴퓨터 프로그램과 대조됩니다.
전반적으로 chatGPT는 인공 지능은 우리가 컴퓨터 및 기술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다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모든 연령과 배경의 사람들이 기술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