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콘 발표 소감
이번 금요일에 소주콘에서 번아웃 극복하기
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실 처음엔 발표 연사자로 신청을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대담세션으로 변경되어 진행되었다. 발표라면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해갔을 텐데, 대담 세션이다 보니 치밀하게 준비하기보다 이야기 할 거리들을 미리 고민해가는 정도로 준비해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냥 발표처럼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좀 더 구조적인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발표가 처음이 아닌데도 언제나 발표는 긴장되지만 잘 끝내고 나면 이만큼 뿌듯한 일이 없다. 이번 글에서는 발표한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개인적인 소회를 정리해본다.
번아웃의 원인과 형태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찾아온다. 그러나 그 원인과 형태는 여러가지가 있다. 요즘은 보통 ‘번아웃’으로 퉁치는 경우는 많지만 나와 내 주변사례를 보았을 때 흔히 말하는 ‘현타’가 오는 경우부터 가벼운 우울증인 경우도 있지만 심각한 경우 중증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로 먼저 발표를 시작했다.
만약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같은 심각한 수준의 심적 고통을 겪고 계시다면 주저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으세요.
그리고 이런 증상이 있을 때 내가 극복한 방법을 소개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미 이전에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온 생존기에서 다루었지만 심리상담을 받고, 사람을 만나고, 루틴을 만들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소개했다. 특히 루틴을 만들 때 옵시디언을 이용한 팁을 소개했는데 이후 발표가 끝나고 네트워크 시간에 관련한 질문들이 조금 나왔다.
현타가 왔을 때 좋아하는 코딩을 하면서 극복했던 사례도 소개했다. 마침 바로 직전에 발표하신 성욱님의 발표가 ‘여러분은 왜 개발자가 되셨나요?’라는 질문으로 끝났는데 이 부분이 감명깊어서 나도 참조했다. 나는 코딩이 좋아서 개발자가 되었는데, 일하기 싫을 땐 ‘내가 하고 싶은 코딩’을 하면서 내가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
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나의 경우는 업무에 필요한 유틸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코딩을 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이야기도 사실 이전에 작성한 개발은 재밌지만 회사 코딩이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를 작성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인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생각을 미리 정리할 기회들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주제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질문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질문들
번아웃은 극복이 어려운데 어떻게 이겨내야 하나요?
번아웃을 이겨내려고 하기보다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답변했다. 번아웃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업무 환경, 혹은 회사와의 신뢰(또는 보상)이나 사람에 의한 스트레스로 인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번아웃의 원인은 보통 나에게서 자연스럽게 사라져주지 않는다. 이 만약 원인을 격리시킬 수 있다면 애초에 번아웃이 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인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번아웃을 이겨내려고 하는 것 보다 스스로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람과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위 답변과 마찬가지로 직장 상사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면 이 상사가 자연스럽게 퇴사해주지 않는다. 다만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참조하면서 ‘상대를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어라’를 실천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스타트업이라는 작은 조직에서 성장하는 느낌보다 방황하는 느낌이 드는데 정상인가요?
‘삐빅- 정상입니다.’
다만 메타인지를 충분히 키울 수 있는 환경인지를 파악해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만약 이것이 충족된다면 조직규모와 상관없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컨퍼런스 참여나 네트워킹 활동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을 만나고, 혹은 멘토를 찾아서 메타인지를 빨리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소감
내 세션 이전에 발표한 두분의 발표도 수준이 높아서 사실 놀랐다. 주니어 개발자라고 하기엔 두분다 이미 실력이 충분해보였고 경험담이 이미 탈주니어급이었다. 발표경험도 적다고 하셨지만 크게 긴장한 티도 내지 않고 잘 발표하셨다. 아마 두분다 나중엔 크게 성공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발표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청중들의 반응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준비된 웃음 포인트들이 보였는데 아무도 웃어주지 않아서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연사자만큼이나 청중또한 긴장이 풀려야 자연스런 웃음들이 터져 나오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래서 발표 시작 전 대담을 같이 진행해주실 지환님께 ‘최근 번아웃을 겪어보신 분 손 한번 들어보실래요?’라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하자고 제안드리려고 갔는데 지환님이 먼저 제안해주셨다.
그래서였는지 생각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 자체는 술술 잘 나왔다. 다만 아예 작정하고 발표 스크립트 처럼 달달 외워갔다면 정리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아서였는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정돈된 느낌 없이 조금 두서 없이 썰을 푼 느낌이 되어버려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중간중간 의도한 포인트에서 청중들의 웃음이 터지는 순간들이 있어서 나도 긴장을 풀고 잘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질문에 대답할 때 너무 T스러운 답변을 해버렸다. 질문이 있을 때 그 질문에 깔린 저의를 읽고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공감을 하고 핵심에 대한 답변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습관적으로 정답을 찾듯이 ‘표면적 답안’을 해버리고 말았던 것 같다. 다행히 대담을 같이 진행해주신 지환님이 이 부분을 많이 채워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상반기 힘들었던 일들을 어느정도 내 안에서 털어내고 한해를 잘 마무리한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많은 발표가 되었다. 또 대담세션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발표라서 경험도 많이 되었다. 좋은 행사를 마련하고 기회를 주신 소주콘 운영진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