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스팅은 2월 22일 유튜브로 발표한 내용이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유튜브로 직접 시청해보시면 더욱 좋다.
나는 현재 LINE에서 광고 SDK 개발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개발자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탄탄대로를 걷지 못했고 오히려 방황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내가 정신차리게 된 것은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부터 이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커리어와 결혼생활 둘다 놓치지 않기 위한 고군분투기이다. 때는 국비지원 코딩 학원 수강 중이던 2017년. 백수였던 상황에서 갑작스런 여자친구의 임신! 취업과 결혼을 동시에 준비하던 썰과 그 뒤로 여러회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LINE에 입사하기 까지의 커리어 여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겪은 실수들과 교훈들, 그리고 결혼과 육아가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대학 시절
나의 커리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대학교 졸업할때로 돌아가보면 그 당시 나는 취업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었다. 컴퓨터공학 전공이었지만 학점도 높지않았고 대외활동도, 스펙도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막연히 추가학기 없이 졸업하기 위한 준비만 했지, 딱히 취업을 대비한 준비같은 것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평가받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했던 것 같다. 평가받는게 두려워서 문제로부터 계속 회피했고 결론적으로는 아무런 준비도 안되어 있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다가오는 졸업이 무서워지자 나는 대학원 진학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당시 대학원이 뭐하는 곳인지, 연구실이 어떤 연구실인지,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조사를 안하고 진학 준비를 해버렸다. 결국 교수말만 듣고 연구실에 들어가보니 듣던 것과는 주요 연구분야가 달랐고 장학금과 해외연수 관련해서도 막상 인턴을 시작하니까 말을 바꿔버렸다. 결국 교수와 몇번의 면담 이후 대학원 진학을 포기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학 동기 한명이 석사를 졸업하고 병특으로 근무중인 자기네 회사로 오라고 권유했고 나는 그렇게 그 중소벤처 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첫 직장
친구의 추천으로 별 어려움 없이 취업은 했으나,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덜컥 취업을 해버렸다. 나의 첫 회사는 임베디드 장비 개발 회사였는데 분명 SW 연구원으로 취업했지만 실제로는 HW를 더 자주 다루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서비스 개발과는 거리도 멀었고 주요 업무는 SW보다 HW에 치중되어 있었다. 코드 짜는 일 보다 납땜하고 장비를 테스트 하는 일이 더 많았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 이것이다.
커리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본인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선택하는 방향이 내가 원하던 방향인지를 먼저 고민하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객관화가 되어야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 내가 취업하려는 회사가 무얼 하는 회사인지
- 내가 담당할 업무는 무엇인지
-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어떤 비전을 이룰 수 있는지
이것을 반드시 조사하고 고민해보아야 한다. 나는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객관화도 제대로 안되어 있었다. 나는 스스로의 문제로부터 회피하느라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첫회사에서 원하던 것과는 다른 업무를 하게되었고 자연스럽게 업무의 만족도도 떨어지고 고통속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국비지원 학원
그렇게 나는 첫 직장에서 딱 만 1년을 채우자마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채로 도망치듯 퇴사했다. 문제는 이후의 커리어에 대해 아무런 계획도 없이 퇴사했기 때문에 그냥 날백수가 되어버렸다. 위기감을 느끼고 뭐라도 준비해야지 싶어서 돈 안드는 국비지원 코딩학원에 등록했다.
이 때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국비지원 학원이 저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조사같은 건 하지 않고 그냥 막연히 가까운 학원을 찾아 등록했다. 하지만 만약 지금의 내가 그때로 돌아가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아마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기 객관화였고 그걸 바탕으로 나에게 필요한 커리큘럼이 고민해보고 국비지원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과정을 들어보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학원을 다니면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코딩 공부도 시작했다. 학원이 도움이 안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요새는 제법 다양한 수준의 커리큘럼을 국비지원으로 들을 수 있지만 내가 수강했을 땐 적어도 전공자인(게다가 취업을 이미 해본) 나에겐 아주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기술적인 도움 보다는 첫 회사에서 상처받은 자존감을 다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학원을 다니면서 학부생때 해봐서 친숙했던 안드로이드 개발로 커리어를 선택하게 되었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의기투합하면서 취업준비를 차곡차곡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해 가을에 나는 대학생때부터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의 임신소식을 듣게 된다.
그 당시 나는 28살, 여자친구는 24살이었다.
백수였던 나는 취업준비와 결혼준비를 동시에 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오전엔 대전에 내려가서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와 산부인과에 갔다가 오후에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학원 수업을 듣고, 틈틈히 포트폴리오 준비와 면접도 보고, 양가부모님을 찾아뵙고 설득하여 결혼 허락을 받았다. 아직 백수였던 나는 결혼허락을 받기위해 나는 앞으로의 취업과 결혼생활에 대한 계획을 정리하여 장인장모님께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미 아이가 들어서기도 했고 오랜기간 연애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기도 했고 앞으로의 계획을 준비해온 모습에 신뢰가 간다며 크게 반대 없이 결혼허락을 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다행히 상견례 이틀전에 간신히 취업에 성공했다.
두번째 직장과 첫째 출산
두번째 회사는 UBpay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하는 중소벤처기업이었고 거기서 결제모듈 SDK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입사 직후 청첩장을 돌리고 거의 매주 휴가를 내면서 결혼준비와 출산준비를 했다. 그렇게 입사하고 단 두달만에 12월 아주 추운날 결혼식을 올리고 그 다음해 5월에 첫째가 태어났다.
첫째가 태어나고 스스로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이를 가져서 힘든 점들은 굉장히 구체적이다. 하루에 몇시간을 못자고, 몇시간을 아이를 봐야하고, 얼마의 비용을 들여가면서 양육을 해야하고 등등.. 그러나 아이를 가져서 좋은 점은 굉장히 추상적이다. 사랑스럽고 기특하고 보람차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서는 아이를 가지는게 굉장한 손해라고 느끼기 쉽상이다.
그래서 아이를 가지면 개인의 인생이 없어지고 아이만을 위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아이를 가지게 되며 겪는 변화는 마치 절차지향 패러다임에서 객체지향 패러다임으로 넘어가듯이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에 가깝다. 처음에는 모든 코드를 객체 안에 넣는 것이 불편하듯이 아이를 위한 삶이 불편해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생활양식이 결혼과 육아에 맞게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또다른 꿈을 찾아나가면서 새로운 커리어를 펼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결혼을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의 큰 숙제를 해결하는 셈이다. 바꿔말하면 이후로 더이상 결혼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집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생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을 얻는 동시에 무한한 책임감이 생긴다. 덕분에 나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게 되었고 현실적인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비로소 자기객관화가 되기 시작했고 시간을 아껴가며 몸값을 올리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자발적으로 사내 기술세미나를 준비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회사에 인턴에게 코딩을 가르쳐서 간단한 토이프로젝트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퇴근하고 나서는 업무에 적용할만한 라이브러리를 직접 개발해서 프로젝트에 적용하기도 하고 테스트 앱 배포나 2차 인증과 같이 자동화 툴 같은 것을 퇴근 후에 직접 개발하고 업무에 적용했다. 주말 이틀 중 최소한 하루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했기 때문에 개인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그래서 주말 중 하루는 반드시 컨퍼런스를 다녀오거나 스터디를 했고 퇴근 후에는 아이를 재우고나서 새로운 기술 공부를 했고 기술블로그 포스팅을 했다.
결국 회사에서 그 동안 준비한 것들을 바탕으로 세번째 회사로 이직에 성공한다. 이때의 이직이 의미있는 이유는 이 때부터 본격적인 자기객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에게 필요한 성장이 어떤 것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번째 회사와 둘째 출산
세번째 회사는 아이를 키우며 사용했던 스마트 알림장앱 ‘키즈노트’였다. 실사용자였던 나에게는 의미있는 서비스이기도 했고, 새로운 신규서비스 앱을 처음부터 직접 설계하고 개발하는 업무가 저를 크게 성장시켜줄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키즈노트에서도 RxJava, 클린아키텍처, TDD 등 사내세미나를 주도하여 진행하고 업무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성과로 인정받으며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새로운 서비스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적 경험과 노하우가 생겼고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전부 시험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기술 블로그도 좀 더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다양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정말 정신없이 개발만 했는데 심한 경우에는 주에 120시간을 일하기도 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눈뜨면 코딩하고 잠들면 퇴근이었다.
그리고 이때쯤 둘째를 가지게 되면서 또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첫째가 크고, 둘째가 태어나면서 늘어나는 양육비를 감당해야 했고 동시에 안드로이드 개발 5년차에 접어들면서 IT대기업으로 이직한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이직 전략을 수립하고 목표로 하는 회사 목록과 우선순위를 정하여 순차적으로 지원하였다. 업무에 치이며 살면서 가장 바쁜 시기였지만 일주일에 면접을 3~5개씩 보면서 이직을 준비했다. 정말 체력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지치는 시기였지만 든든한 지원군이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
현재의 커리어 LINE
그리하여 나는 마침내, 목표로 하고있던 라인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재는 LINE 안드로이드 앱의 광고 지면을 개발하고 있다. 나는 그 이직하는 과정에서 운이 많이 따라주었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핏과 내가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어느정도 맞았고, 회사에서도 단점보단 장점을 좋게 봐주셨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금은 많이 바쁘지만 좋은 동료들과 함께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목표로 하는 회사에 왔지만 지금도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성장하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하고 있다. 나보다 뛰어난 개발자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복잡한 업무 플로우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회사 밖에서는 다양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도 3년째 운영중이고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 받은 것을 환원하기 위해 멘토링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결론
LINE에 오기까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끔 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배운 나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부지런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바빠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부지런해야 바쁜 것이 아니라 바빠야 부지런해진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쁘게 살다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을 희생이라 여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녀가 생기면 여러분들이 몰랐던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실 수 있기를 기원드린다.
세상의 모든 엄마아빠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