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에겐 연봉보다 중요한 사수
신입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신입개발자에게 사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첫 직장에서 사수가 없었고 혼자서 맨땅에 헤딩하며 버텨봤지만, 다시 생각해도 좀 억울하기도 하고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단순히 억울한 걸 떠나서 충분한 양분을 받지 못하는 식물처럼 비실비실하게 성장하다보면 어느샌가 물경력으로만 채워진 스스로를 보며 자괴감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수가 중요한 이유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를 파악해서 알려줄 역할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좋은 사수를 만났다면 스스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필요한 지식을 인지시켜 주겠지만, 사수가 없거나 좋은 사수를 못만난다면 신입은 같이 우물안 개구리로 남아있게 되어버린다.
메타인지가 중요한 이유
요즘은 이 내가 무엇을 모르는 지 아는 것
을 흔히 메타인지
라고 부르는데 내가 신입 개발자들을 만나면 항상 강조하는 것이 이 메타인지다. 왜냐하면 가장 위험한 것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
이기 때문이다. 그 지식에 대한 학습은 본인 몫이지만 적어도 무엇을 학습해야하는지를 알기만 한다면 학습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걸 인지시켜 줄 사수가 없다면 그것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평생 모르는 채로 제자리걸음만 하면서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하고 이른바 ‘물경력’만 쌓이는 안타까운 일도 생긴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두번째 회사에서야 좋은 사수를 만나고 나의 메타인지를 넓혀주었지만 안타까운 부분은 이 좋은 사수를 만나는 것이야 말로 정말 ‘운’의 영역에 가깝다는 것.
그럼 만약 당신이 사수가 없는 신입으로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면 주저앉아 울거나 이직을 해야만 하는걸까? 물론 이직해서 좋은 사수를 만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건 ‘좋은 사수’는 근로계약조건에 명시할수도 없으니 보장받을 방법도 없다. 그래서 이번 글은 사수 없이도 혼자서 메타인지를 키워 성장하는 방법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스스로의 멘토가 되어 메타인지를 키우기
일단 정보 습득 채널을 늘려야 한다. 누군가 알려줄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정보의 바다에 빠져서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이런 정보가 넘쳐나고 친절하며 모두의 스승인 ChatGPT님께서 함께하신다. 만약 스스로의 메타인지가 부족하다는 메타인지가 되었다면 키울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 개발 컨퍼런스 참석
- 개발 서적 읽기
- 기술블로그 구독
- 채용정보 뒤져보기
- ChatGPT
-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
개발 컨퍼런스에서는 최신 트렌드와 경험담 그리고 다양한 신기술이 소개된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면 매년 열리는 드로이드 나이츠와 GDG에서 진행하는 Google I/O Extended가 대표적이다. 어느정도 검증 된 연사자들이 여러분들이 이해하기 쉽게끔 떠먹여주니까 참석하기만 해도 당신의 메타인지를 강제로 늘려줄 것이다. 단, 앉아서 듣기만 하면 학습이 거의 되지 않고 귓동냥만 늘어서 아는 척만 하고 실속이 없어진다. 컨퍼런스에선 항상 내용을 메모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직접 실습해보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
2~3년차쯤 되면 ‘내가 하고 있는 이 방법이 맞나?’ 싶은 순간이 오기 시작한다. 이른바 더닝 크루거 효과의 절망의 계곡
에 빠지는 시기인데 이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개발 서적이다. 이때부터는 어느정도 정제되고 검증된 정보를 집약적으로 필요로 하는데 개발서적을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대표적으로 클린 아키텍처, 클린 코드, 리팩터링, 소트웍스 앤솔러지, 오브젝트 등 개발자라면 한번쯤 추천 받아봤을 책들을 읽고 공부해보면 이 시기에 큰 성장을 할 수 있다.
기술 블로그에서는 트렌드를 파악하기 좋다. awesome-devblog에서 몰아볼 수도 있고 velog도 좋다. 이런걸 메일링으로 구독까지 할 수 있어서 매일매일 새로운 정보를 강제로 주입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면 아래 이것들도 반드시 구독하도록 하자
채용정보를 뒤져보는 것은 기술적인 정보보다 채용시장에서 요구되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기업별로 요구하는 기술스택이나 우대사항을 공개하고 있으니 목표로 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스택을 차례로 학습해나가면 취직/이직 준비도 할 수 있다.
모두의 스승인 ChatGPT님도 도움이 된다. 내가 모르는 걸 알려달라고 해야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을 먼저 입력해야한다. 나는 이력서의 보유스킬 내용을 붙여넣고 내가 모를만한 것들, 앞으로 학습하면 좋을만한 것들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다만 완전 최신 트렌드는 파악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 이 부분은 감안해야한다.
마지막으로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이다. 글또와 같이 정제된 개발자 커뮤니티라면 도움이 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고 아무나 들어오는 커뮤니티는 별로 도움이 안될 가능성이 크다. 되도록이면 오프라인 모임을 전제로 하는 커뮤니티 위주로 참여해보는걸 추천한다.
나의 멘토를 찾기
사수가 없다면 만들면 된다! 사수가 회사안에만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회사밖으로 눈을 돌려 직접 멘토나 스승을 찾는 방법이다.
- 개발 컨퍼런스 강연
- 온/오프라인 강의
- 다양한 멘토링 서비스(커피챗 등)
- 개발자 커뮤니티
나 역시도 신입시절 컨퍼런스에서 만난 연사자분께 상담받은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도 멘토-멘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방법은 보통 컨퍼런스에 연사자로 나서는 분들은 애초에 다른 분들에게 지식을 나눠주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이타적인 성격이기 때문이다. 컨퍼런스에서 발표가 끝난 뒤 찾아가서 질문도 하고 명함교환도 하면서 조심스럽게 상담 요청을 드리면 대부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기 마련이다. 이렇게 몇번 찾아뵙고 상담하면서 감사표시를 하면 좋은 멘토-멘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결론
사수 없이도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메타인지를 키우고 외부의 지식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멘토가 필요하다면 직접 찾아 나서고, 혼자서도 정보 습득에 꾸준히 힘써 스스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개발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데 안드로이드 개발에 관심이 있고 도저히 멘토를 못찾으시겠다 싶으신 분이라면, 아래 메일 주소로 연락 주시라
- dev.haenar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