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양쪽 모두에게 힘들다.
면접을 보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면접자(Interviewee)로써도 어렵지만 면접관(interviewer)로써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개발자 3년차 시절, 아직 주니어 개발자 티도 다 벗지 못한 시절에 어쩌다보니 면접관이 된 적이 있었다. 사수가 퇴사하면서 페어로 같이 일할 사람 면접을 보게된 것이다.
면접자에게 만큼이나 면접관에게도 분명 어렵고 중요한 일이지만 이것을 간과하는 면접관들도 있다. 나 역시도 면접자로써 면접을 보다보면 불쾌한 경험으로 지원한 기업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적이 있다. 면접관은 회사의 얼굴이다. 면접 구직자 역시도 면접에서 회사를 평가한다. 심지어 요즘은 이런 평가를 공유하고 이 내용이 구직지원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채용 과정은 회사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이미지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구인에도 영향을 많이 준다. 따라서 면접관도 면접에 대해 충분한 준비와 함께 항상 진지한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일전에 면접관 교육을 받았던 내용과 면접관을 실제로 해봤던 경험, 그리고 면접자로써 당해본(?) 다수의 면접 경험담을 모아 좋은 면접관이 되는 법을 정리해보았다.
0.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구체화 할 것
이건 면접 이전에 채용공고를 낼때부터 고민해야 하는 점이라서 0번이다. SW개발의 시작이 SW 요구사항
이듯이 채용을 할거면 채용 요구사항
을 명시적으로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고민해야한다.
- 최소한 어느정도의 경력이 필요한가?
- 어떤 실무 역량 또는 기술스택이 필요한가?
- 팀에 어떤 포지션/역할이 필요한가?
사람마다 역량이 다르다보니 신입이어도 경력보다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모든 사람을 면접을 볼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어느정도 바운더리를 정해놓고 어떤 사람이 팀에 필요해서 채용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하게 시간 소모하여 서로를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신입에게는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를 물어본다면 경력직에게는 그 면접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기술적 고민들을 해보았는지를 물어봐야 하듯이 경력/직급에 따라 해야할 질문역시 달라지기 마련이다.
1. 퀴즈식 질문 VS 토론식 질문
- 퀴즈식 질문 : 퀴즈처럼 명확한 정답이 있는 질문
- 토론식 질문 : 여러가지 정답이 존재하거나 불분명한 토론식 질문
퀴즈식 질문은 정답이 있기 때문에 답변을 통해 지원자가 알고 있는지 명확하게 분간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가하기 쉽다. 면접관으로써 미리 할 질문을 준비하기도 쉽고 검증도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면접자 역시도 답변을 준비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당장 내 블로그에도 이런 면접 예상질문들이 있듯이 조금만 준비하면 이런 예상질문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이 장단점은 코딩테스트가 갖는 장단점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면접관이 정답이 하나만 있다고 믿는 경우
이다.
면접관이 모르는 또 다른 정답이 있는 경우도 있고 충분히 토론할 가치가 있는 답변이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접관이 정답을 정해버리면 나머지 가치있는 답변이 오답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퀴즈식 질문인 경우 정말로 면접관이 생각한 정답이 맞는지 충분히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퀴즈식 질문을 준비할 때 불필요한 질문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사용하지도 않는 기술 스택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채용면접은 지식 배틀의 장이 아니다. 면접자가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게 면접관의 승리가 절대 아니다.
반대로 토론식 질문은 준비하기도 힘들고 정답을 얼마나 맞췄는지 정량적으로 체크하기 어렵고 평가가 주관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시간 소요가 길어지고 지원자가 부담을 가질 수도 있다. 그 대신 지원자의 사고력과 창의성 그리고 업무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론 정답이 정해진 퀴즈식 질문과 토론식 질문을 충분히 섞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1. 업무에서 실제로 겪은 사례로 질문하기
업무에서 겪은 사례를 가지고 무엇이 문제인지 추론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질문도 좋다. 팀원이 되었을 때 비슷한 사례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갈 역량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리적인지를 판단할 수도 있다. 쓰지도 않는 기술 스택이나 아키텍처를 백날 물어보는 것보단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마주할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물어보는 것이 백번 낫다.
2.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단순히 정답을 맞추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답변에 꼬리를 물고 다시 질문하는 것도 좋은 질문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다른 조건에서도 동일한 대답인지 등을 물어보면 면접자의 대답이 충분히 논리적인지와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3. 경험담 묻기
누구나 자신의 경험은 잘 대답할 수 있다. 따라서 지원자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또는 경력기술서를 보고 이 사람의 강점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해당 이력에 대한 질문위주로 하면 양질의 대답을 들을 수 있고 지원자를 파악하기도 쉽다. 만약 경험담만으로 검증이 어려울 것 같다면 위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왜? 그렇게 하셨나요?’와 같이 질문하면 된다. 예를 들어 ‘RxJava를 사용하셨던데 왜 사용하셨나요? RxJava를 사용하면 정말 그 부분이 개선되나요? 혹시 RxJava의 단점은 없었나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와 같이 ‘왜’ 질문으로 단순히 경험담으로부터도 충분히 실무역량을 옅볼 수 있다.
4. 힌트 주기
가끔 면접관의 의도를 오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면접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면접관이 잘못 질문한 걸수도 있다. 면접은 ‘퀴즈쇼’가 아니니 힌트주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 없다. ‘제 질문의 의도는~’와 같이 의도를 설명하고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 내면 면접자의 긴장도 낮출 수 있고 더 나은 대답을 들을 수도 있다.
2. 지원자를 배려할 것
면접자리에선 지원자지만 만약 합격한다면 같이 일할 팀원이다. 같이 일하지 않더라도 어쩌면 고객이 될수도 있고 어디선가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감정 상하는 일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면접관이 면접자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아니다’라는 겸손한 자세로 면접에 임해야 한다.
- 개인적인 질문은 하지 말 것
- 감정이 상할만한 질문은 하지 말 것
- 잘 모르는 것 같으면 힌트를 주던가, 아니면 몰아세우지 말 것
- 혹시 불합격이라 판단된다면 굳이 더 이상 길게 면접 보지 말 것
배려가 없는 질문 (실제 사례)
내가 겼었던 실제 사례들을 모아 보았다. 황당하지만 이런 면접관이 세상에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
- 저처럼 훌륭한 개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 갈굼이 성장의 동력이 된다구요? 저희도 열심히 갈궈드릴 수 있는데…
- 과제의 출제 의도요? 출제 한 사람이 퇴사해서 모르겠네요.
모두 합격했지만 가지 않은 기업에서 받았던 질문들이다. 합격하면 같이 일해야 할텐데 저런 사람들이랑 같이 일할 순 없지 않겠는가…
3. 사전에 준비를 할 것
바쁜 일정에 쉽지 않겠지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또는 경력기술서를 보고 미리 질문지를 준비해야 한다. 면접관이 해야 할 질문은 이미 거기에 다 들어있다. 지원자의 경력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역량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미리 파악하고 그걸 바탕으로 면접에서 해야할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면접관이 파악해야할 것은 지원자 그 자체이기 때문에 모든 질문지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경력기술서에 다 들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발자이니 만큼 Github 링크등이 있다면 코드도 살펴보고 프로젝트 빌드도 해보면 실무역량 파악하기 좋다. 어떤식으로 코드를 짜는지, 주석은 잘 다는지, 변수명을 대충 짓지는 않는지, 코드를 어디서 대충 긁어다 쓰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보고 궁금한 점을 미리 적어두었다가 질문하면 좋다.
그리고 제발, 이력서 정도는 미리 읽고 면접장에 들어가자. 제발.
그 외 좋은 면접 팁
어쨌든 기본적으로 면접자는 손님입니다. 손님대접이라 생각하고 최소한의 준비를 해야한다.
- 면접 5분전 미리 대기
- 아이스브레이크 준비하기 (ex 여기까지 오시는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식사는 하셨나요?)
- 지원자에게 질문하기 전에 면접관 우선 소개하기
- 회사 및 담당 업무에 대해 소개하기 (회사의 규모가 작다면 회사의 장점과 주요 비즈니스에 대해 소개)
- 면접이 길어진다면 중간 쉬는 시간 준비하기
- 필요 시 출입구나 인포메이션 등에 면접일정 미리 사전 전달 (OOO님 XX시에 면접 예정이니 ㅁㅁㅁ로 안내 부탁드립니다.)
- 면접실에
OOO님 면접 XX시~
와 같이 안내 종이 프린트해서 붙여놓기 - 생수와 종이컵 준비 등 준비
- 화상 면접의 경우, 면접링크와 카메라/오디오 사전 체크
준비한티를 팍팍내서 지원자에 대한 기대와 예의를 표시하며 회사가 스케쥴에 철저하다는 점을 보일 수 있다.
반드시 물어봐야 하는 질문 다섯가지
-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본인의 기술적 역량을 나타낼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 기술적 문제에 부딪혔거나 해결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 본인의 장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혹시 회사에 궁금한 점은 있으신가요?
반대로 본인이 면접 지원자라면 위 5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반드시 준비하면 좋겠다.
결론
면접은 퀴즈쇼가 아니다. 면접자를 쓰려트려야 하는 지식배틀은 더더욱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새로운 사람을 찾는 소개팅에 가까울 것이다. (소개팅과의 목적은 다르지만) 면접관이 지원자를 평가하지만 동시에 지원자 역시도 회사를 평가한다. 여러분들도 어디선가는 면접자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좋은 면접관이 되었으면 한다.